[스페셜이슈]빛으로 어둠을 밝히다①


빛으로 어둠을 밝히다
2017 월드프레스포토 World Press Photo 수상작
제53회 한국보도사진전 수상작


“빛은 어둠을 이긴다”

 

ⓒ Valery Melnikov, Rossiya Segodnya
 

과연 빛은 어둠을 이길 수 있을까? 지구촌 곳곳에서 오늘도 셔터를 누르고 있는 포토저널리스트들은 이 말을 몸소 증명하는 이들이다. 그들은 빛을 통해 어둠과 고통의 순간을 포착하고, 그럼으로써 그 어둠의 실체를 고발한다. 때론 그것은 거대한 권력일 수도 있고, 인간의 이기심일 수도 있으며, 탐욕일 수도 있다. 또한 이에 맞서는 사람들의 몸부림과 저항도 포토저널리스트들은 생생하게 촬영했다. 이번 스페셜 이슈에서는 2017 월드프레스포토 콘테스트 수상작과 제53회 한국보도사진전 수상작을 소개한다. 2016년 포토저널리즘 중 최고를 꼽은 이 수상작들을 통해 지난 한 해 우리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다시 돌아볼 수 있다.


World Press Photo 2017


 
올해로 60회째를 맞는 월드프레스포토(World Press Photo)의 2017년도 수상작이 발표됐다. 지난 1955년 네덜란드에서 성립된 비영리 재단인 세계보도사진대전 운영조직(World Press Photo Foundation)가 주관하는 월드프레스포토는 컨템포러리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있는 포토저널리즘 공모전 중의 하나로, 현재 이슈(Contemporary Issue), 일상(Daily Life), 일반뉴스(General News), 자연(Nature), 인물(People), 스포츠(Sports), 스폿뉴스(Spot News), 장기 프로젝트(Long-Term Projects) 등 총 8가지 부문으로 수여된다. 장기 프로젝트 (Long-Term Projects)를 제외한 총 7가지 부문에서는 다시 단사진(Single)과 스토리사진(Story) 부문으로 나눠서 1등부터 3등까지를 선정한다. 전체 수상작 중 한 점을 뽑아서 올해의 세계보도사진(World Press Photo of the Year)을 선정하는데, 올해에는 전세계 125개국에서 5,034명의 사진가들이 참여해 80,400여점이 출품됐다. 그중 터키 앙카라에서 활동 중인 AP통신의 사진기자 버르한 오즈빌리치(Burhan Ozbilichi)가 대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터키에서 일어난 암살 An Assassination in Turkey>
 

버르한 오즈빌리치는 지난 12월 앙카라에서 일어난 러시아 대사 암살사건을 포착한 사진 ‘터키에서 일어난 암살’(An Assassination in Turkey)로 대상을 수상했다. 지난 해 12월 19일 오즈빌리치 기자는 터키 앙카라의 한 미술관에서 열린 전시회 개막식에서 터키에 주재하던 러시아 안드레이 카를로프(Andrey Karlov) 대사가 살해당하는 순간을 포착했다. 당시 22살로, 현직 터키 경찰관이기도 했던 메블뤼트 메르트 알튼타시(Mevlut Mert Altintas)는 미술관 개막식에서 축사를 하던 카르로프 대사에게 총을 쐈고, 이후 “알라후 악바르(신은 위대하다)”고 아랍어로 외치고, 터키어로 “알레포를 잊지 말라, 시리아를 잊지 말라”고 외쳤다. 그는 사건 직후 출동한 경찰이 쏜 총에 맞아 현장에서 사망했다. 이 극적인 상황을 오즈빌리치 기자는 바로 근접거리에서 촬영했으며, 범행 직후의 순간을 포착하는데 성공했다. 총에 맞아 바닥에 쓰러진 대사의 시체 바로 옆에서, 손가락을 하늘로 치켜세우고 다른 손에는 총을 쥔 채 “시리아를 잊지 말라”고 분노에 차서 외치는 범인의 모습, 뒤편으론 미술관의 새하얀 벽과 평화로운 풍경 사진들이 걸려있는 이 한 장의 사진은, 실제 일어난 일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생생해서,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준다. 오즈빌리치는 이 사진을 찍던 당시를 “내가 (사진을 찍다가) 범인을 자극하여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해야 할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며 “위험한 순간이었지만, 동시에 역사적인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그가 현장에서 찍은 다른 사진에서는 구석에 몰려서 겁에 질려있거나 울부짖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당시의 절박했던 순간을 짐작케 한다.


이번 대상 선정을 둘러싸고 논란도 있었는데, 인터넷 상에서는 테러범의 살해 순간을 직접적으로 보도하고, 그 사진이 전 세계 미디어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것이, 또 다른 테러를 부추기지는 않을까하는 우려와 함께, 범인의 총구가 어디를 향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사진을 찍어 범인을 자극해 또 다른 희생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는 등,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이번 심사의 심사위원장이었던 영국 매그넘 사진작가 스튜어트 프랭클린(Stuart Franklin)은 “나는 이 사진이 대상에 선정되는데 반대했다. 이 사진은 살인자와 희생자가 동시에 같이 한 장의 사진 안에 있고, 도의적으로 테러리스트의 참수 장면을 발행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며 “이 사진을 선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끝내 우리는 이 사진이 우리 시대의 증오를 말해주는 폭발력 있는 사진이라고 인정했다”고 영국 가디언지(The Guardian)를 통해 밝혔다. 심사위원인 타냐 해브주커 Tanya Habjouqa는 “심사위원들 사이에서도 격렬하고, 잔혹하며, 심지어 감정적인 논쟁도 있었지만, 나는 이번 선택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우리가 용감한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한다. 이 선택이 확실히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을 알지만, 그 논쟁은 꼭 필요한 것이다”고 전했다.


한편, 올해 45편의 수상작들은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었는데, 인물-스토리(people-story) 부문에서는 한국계 미국인 사진가 마이클 빈스 김(Michael Vince Kim)이 멕시코-쿠바의 한인 이주민 후손들을 다룬 ‘애니깽(Aenikkaeng)’ 시리즈로 수상했다. 지난해 미국 일간지 시카고 트리뷴에서 사진기자로 활동하는 김주호 작가가 컨템포러리 이슈(Contemporary Issue) 단사진 부문 3위를 수상한데 이어, 올해 마이클 빈스 김의 수상까지 한인계 저널리스트들의 활동이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 눈길을 끈다.


이번 수상작들은 오는 4월 14일부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De Nieuwe Kerk에서 열리며, 이후 45개국에서 순회전을 통해 약 4만여 명 이상의 관중들 앞에 선보일 예정이다




올해의 세계보도사진대상 & 스폿뉴스, 스토리 사진부문 1위 <터키에서 일어난 암살 An Assassination in Turkey>

 

<터키에서 일어난 암살 An Assassination in Turkey>



<터키에서 일어난 암살 An Assassination in Turkey>


메블뤼트 메르트 알튼타시가 터키 주재 러시아 대사인 안드레이 카를로프 대사를 터키 앙카라의 아트 갤러리에서 쏜 후 소리치고 있다.
메블뤼트 메르트 알튼타시는 22살의 경찰관으로 그는 2016년 12월 19일 안드레이 카를로프 러시아대사를 암살했다. 그는 출동한 경찰에 의해 사살돼 살해되기 전에 3명의 사람들을 더 상처 입혔다.





장기 프로젝트부문 1위 <우크라이나의 블랙 데이 Black Days Of Ukraine>
 
ⓒ Valery Melnikov, Rossiya Segodnya
 
ⓒ Valery Melnikov, Rossiya Segodnya


ⓒ Valery Melnikov, Rossiya Segodnya
 
ⓒ Valery Melnikov, Rossiya Segodnya
 

ⓒ Valery Melnikov, Rossiya Segodnya


ⓒ Valery Melnikov, Rossiya Segodnya


ⓒ Valery Melnikov, Rossiya Segodnya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방에서 지난 2014년부터 발생한 반군과 정부군의 교전 사이에서 주민들은 희생자가 됐다. 재난은 그들의 삶에 예기치 못하게 찾아왔다. 이러한 사람들은 그들의 의지에 반해서 군사 간의 대립에 참여하게 된다. 그들은 살던 집이 파괴되고, 가족 또는 친구의 죽음을 목도하며, 수 천 명의 사람들의 삶이 황폐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

 
일반뉴스 스토리 사진부문 1위 <그들은 우리를 동물처럼 살육하고 있다 They Are Slaughtering Us Like Animals>

ⓒ Daniel Berehulak, for The New York Times


ⓒ Daniel Berehulak, for The New York Times


ⓒ Daniel Berehulak, for The New York Times

ⓒ Daniel Berehulak, for The New York Times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2016년 6월 30일 취임한 후 대대적인 ‘마약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이후 약 2000명의 사람들이 경찰에 의해 살해당했다. 필리핀 경찰은 공식적인 ‘마약 소탕작전’ 이후, 지난 7월 1일부터 약 3500명의 미해결 살인이 발생했다고 필리핀 경찰은 집계하고 있다. 희생자들 -마약 복용자나 혹은 마약 판매자로 의심받는 이들-은 어떤 재판이나 조사도 받지 못했다.


자연 스토리 사진부문 1위 <코뿔소 전쟁 Rhino Wars>

 
ⓒ Brent Stirton, Getty Images Reportage for National Geographic


ⓒ Brent Stirton, Getty Images Reportage for National Geographic
 
 
ⓒ Brent Stirton, Getty Images Reportage for National Geographic


ⓒ Brent Stirton, Getty Images Reportage for National Geographic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모잠비크 사이에 있는 크루거 국립공원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코뿔소가 서식한다. 이 곳에서는 코뿔소의 뿔을 노리는 밀렵꾼과 코뿔소를 보호하려는 NGO간의 전쟁이 치러지고 있다. 모잠비크의 경계를 넘어간 후에 코뿔소가 살아남을 수 있는 시간은 24시간뿐이다. 이런 멸종위기는 아시아의 상류 계층들이 코뿔소의 뿔을 금보다 더 가치 있게 가격을 쳐주며 구입하기 때문이다. 코뿔소의 뿔은 고대부터 지금까지 동양의학에서 암부터 콩팥 결석까지 모든 병을 치료해준다고 여겨졌다.

코뿔소의 뿔은 본질적으론 케라틴 성분으로, 손톱과 비슷한 부드러운 알칼리성 물질이다. 베트남과 중국의 부자들은 코뿔소 뿔을 먹으며, 기적적인 효능을 바라지만, 과학적으로는 그저 플라시보 효과일 뿐이라고 해명됐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는 5천만 달러의 가치가 있는 1500여 마리의 코뿔소를 보유한 존 흄John hume과 같은 사람들을 Rhino Rancher라고 부르는데, 이들 때문에 코뿔소들을 보호하는 일은 시간이 갈수록 더 위험해지고 정치적 쟁점이 되고 있다. 코뿔소 불법 포획 문제는 때론 일종의 ‘화이트 이슈’(인종 관련 쟁점)로 묘사되곤 하며, 심지어 인종차별 정책인 아파르헤이트(apartheid terminology)와도 연관돼서 프레임이 짜이곤 한다. 이는 밀렵꾼과 조련사들이 코뿔소 밀렵에 대한 쟁점을 흐리는 매우 편리한 방법 중 하나다.


 

글 석현혜 기자
사진 제공 World Press Photo Foundation (www www www .worldpressphoto.org)


해당 기사는 2017년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